[연예정보신문] 잊지못할 환자:폭탄주와 쳐진 엉덩이 (2001. 2)

작년 봄의 일이다.이름을 대거나, 얼굴만 보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유명 연예인이 병원진료실 을 찾아왔다.그녀는 텔레비전에서의 당찬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약간 쭈삣대면서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저, 선배 소개로 왔는데요…"

그녀는 지방흡입수술을 받기를 원한다고 했다.미인형의 얼굴인 그녀는 실제로 날씬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고, 스커트 밖으로 보이는 두 다리는 길어 보였고, 지방질은 아니었다.
똥배가 나왔나? 속으로 짐작하면서,
"잠깐, 상태를 볼 수 있을까요?"

그녀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춤거렸다.

"잠깐이면 됩니다. 지방흡입술로 교정이 가능한지, 상태를 보고 진찰해보아야 합니다." 간호사가 용기를 주자, 그녀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뒤돌아 섰다. 용감하게 스커트를 아래로 내렸다. 그녀는 배가 아니고, 엉덩이를 드러내었다.



그녀의 엉덩이는 아래쪽에 지방이 몰려 있으면서, 아래로 쳐진 형태였다.

엉덩이 아랫부분을 지방흡입해서 날씬하게 하고, 쳐진 엉덩이 전반의 지방흡입과 이식을 병합하는 기법으로 엉덩이를 위쪽으로 리프트 업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수술은 부분마취로 가능합니다.
수술하기 전날 푹 자고, 아침은 가볍게 드시고 오십시오."


2주일 뒤, 그녀가 수술 받기로 한 날 아침.수술 예정시간 보다 약간 늦게 나타난 그녀는 세수를 하지 않은 것 같은 초췌한 얼굴에, 한숨도 자지 못한 것처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곧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죄송해요. 저… 사실은 오늘 새벽 5시까지 술 마셨어요. 조금 눈부쳤다가 바로 병원 오는 길이에요."


그리고 보니, 그녀에게서는 술 냄새가 솔솔 나고 있었다.수술을 연기하자고 하였지만, 막무가내였다. 오늘 밖에 스케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주와 맥주를 밤새 섞어 마신 그녀는 수술대에 올라 엎드려 누웠다.링거주사로 수액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엉덩이 부위에 지방흡입술 후에 피부표면이 우둘두둘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특수용액을 주입하였다. 이 용액에는 마취제가 섞여 있어서, 부분마취도 같이 되는 것인데, 대부분은 주사시에 어느 정도의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필자는 정맥주사로 환자를 잠깐 재워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해주는 무통마취를 시술한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침대에 엎드리자 마자 그녀는 "씩씩.." 바람소리를 내면서 잠이 들었고, 엉덩이에 주사를 맞는 동안 뿐만 아니라, 수술 동안에도 쿨쿨 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알코올이 그녀에게는 무통마취제인 셈이었다.




- 연예정보신문 2월호에 게재된 서만군 원장의 칼럼입니다. -